핸드폰 없는 4시간, 나 혹시 중독?

핸드폰 없는 4시간, 나 혹시 중독?

파크로펌 0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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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없는 4시간, 나 혹시 중독?


기름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티나 김의 또간집’ 칼럼을 빙자한 식당 방문 조차 

조금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외식비 부담이 커진 요즘,

마트에 장을 보러 가도 후덜덜한 물가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제철 참외를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를 반복한다.  


뭘 좀 줄일 수 있을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옛날 드라마에 푹 빠져 있어 넷플릭스 캔슬은 안되겠고,

(이 마저도 12불 하던 게 지금은 17불로 올랐지만서도 ㅠㅠ)

맛있는 ‘스마일 마트 김치’도 찌개 끓일 형편이 안돼 아끼고 아껴 먹는 현실,

그래, 핸드폰 요금이라도 아껴보자 싶었다.


젊은 애들처럼 아이폰 팍팍 쓰는 것도 아니고

전화 받고, 사진 찍고, 메시지 보내고, 이메일 정도 하는 초라한 늙은 내 핸드폰에

매월 120불 씩 내던 AT&T에서 50불의 T-Mobile을 거쳐

요즘 한참 유행이라는 저렴한 민트 모바일을 알아보던 중,

인터넷 오더를 통해 주고 받는 심카드 어쩌고 하는게 너무 어려워

얼굴 보고 직접 물어볼 수 있는 Total Wireless라는 가게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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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음에 달려가 매월 페이먼트 플랜을 묻자,

두둥~ 단 돈 20불이란다.

와우, T-Mobile Prepaid 하고만 단순 비교해도 한 달에 30불이나 절약할 수 있다.

첫 달은 가입비와 개통비 명목으로 87불을 지불하고

다음달 부터는 20불 고정 요금이라니 꽤나 실속 있다.


너무 싼데? 혹시나 잘 안 터지지는 않을까,

통화 품질이 불량하거나 인터넷 속도가 느리거나,

집에는 아직 인터넷 연결을 하지 않아(핸드폰만 주구 장창 달고 살음)

퇴근 하자마자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달고 사는데 데이터가 부족하진 않을까,

쓸데 없는 오만가지 걱정을 하고 있는 와중에 한 달이 흐르고 결과는–

사용하는데 전혀 지장 없고 통화 품질도 100% 만족하고 있는 중이었다. 


처음 개통한 정확한 날짜를 기억하지 못해,

이 때 쯤 돈이 나가야 하는데?

아, 5월 4일이라고 이메일을 받았으니 5월 5일에 돈이 빠지려나?

긴가민가 하고 있던 오늘,

5월 5일 새벽 2시에 눈을 떠 핸드폰을 켜자 이게 웬일인가, 작동이 되지를 않는다.


유튜브나 넷플릭스는 물론이고

숏폼을 즐겨 보던 페북도, 인스타도, 한국 사이트 네이버도,

심지어 내가 운영하는 돌싱닷컴 사이트 까지,

어느 곳에도 접속이 불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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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찌릿한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내가 오토 페이를 설정해 놨나?

아뿔싸, 한 달 전에 개통하고 가게에서 이런 저런 페이를 한 후에

오토 페이는 따로 들어야 한다는 걸 깜빡했다.

그냥 자동으로 돈이 빠지는 줄만 알았다.

그래서 핸드폰이 정지된 것이다.


다시 잠을 청해 보자!!

책을 볼까?

아침에 사무실 컴퓨터로 돈 내면 되잖아?

이 참에 명상이라는 걸 해 볼까?

한쪽 귀퉁이에서 오랜 세월 먼지만 먹고 사는 요가 매트를 다시 꺼낼까?

새벽 2시에 밥이나 먹을까?

출근 하려면 아직 멀었는데 맥주나 한 잔 할까?

별 생각을 다 했다.

하지만 잠도, 책도, 명상도, 스트레칭도, 밥도, 맥주도…..

핸드폰에서 울리는 이런저런 소음 없이는 불가능했다.

나는 어느새 

핸드폰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바보가 됐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순간 패닉에 빠져 버렸다.


새벽 4시까지 버텼다.

괜찮아, 요즘 디지털 디톡스라는 것도 유행이잖아!

숏폼이나 SNS 때문에 본인 전화번호도 못 외우는 디지털 멍청이가 있다잖아!  

남들은 일부러라도 핸드폰을 내려 놓는다는데,

잘됐잖아, 핑계 김에……

라고 밍기적 대다 새벽 4시까지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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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되겠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주섬주섬 출근 준비를 한다.

아무래도 핸드폰 없이 텅 빈 집에 나 홀로,

다른 세상에 온 듯한 고요함, 심지어 너무도 조용한 동네..

(하긴 그 시간에 시끄러워도 문제겠지만..)

TV도 라디오도 핸드폰도 없는 적막강산에서 

채 몇 시간도 버텨 내지 못 한 것이다.


새벽인지 아침인지 아무튼 5시 반에 회사에 도착해 

부랴부랴 데스크 탑 컴퓨터로 결제를 한다.

그 새를 못참고 이리저리 핸드폰을 열어보지만

아직 안 된다. 

아침 7시까지 겨우겨우 기다려 고객 센터로 전화해 본다.

정지 후 개통까지는 2시간 혹은 그 이상도 걸릴 수 있다는 기계음만이 

멍청아, 니가 실수해서 그런 거잖아, 하고 나를 탓한다.

그나마 컴퓨터가 있어 이런 저런 작업을 하다 보니 어느새 스르르 원상 복구 되었다.

20불의 행복이 멍청했던 내 자신을 충분히 위로하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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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갔을 때,

검문을 위해 바구니에 소지품을 넣고 차례를 기다리던 중,

앞 사람의 가방에서 뭔가가 발견 돼 꽤 긴 시간을 기다린 적이 있다.

(그래 봤자 고작 5분 남짓 이겠지만)

당시에도 나는 안절부절 못했던 기억이 난다.

핸드폰이 담긴 바구니만 하염없이 쳐다보며,

사랑하는 이를 만나지 못하는 비통함이 그랬을까..

속으로 발을 동동 구르며 노심초사 내 핸드폰이 나오기만을 기다린 기억이 머리를 스친다.


나는 이제 핸드폰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린 것일까?

누구 하나 전화 올 데도 없는 주제에,

안부 전화 한 통 없는 적적한 생활에 뭐 그리 바쁘게 기다릴 소식이 있다고,

내 손에서 잠시 떨어진 핸드폰이 그토록 아쉬울 게 뭐 있단 말인가.


디지털 중독, 일명 핸드폰 중독이지 싶다.

책 한 줄을 읽어도 

내 곁에서 나만 딱 쳐다보고 있는 핸드폰이 곁에 있어야 마음이 놓인다, 안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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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이런 상상을 한다.

만약에 전기가 나간다면? 

핸드폰 배터리 충전도 못하고 암흑 속에 갇힌다면?

나는 과연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을까?

진심으로 걱정해 줄 단 한 사람이라도 내 곁에 있는가?

문득 돌아보니 아무도 없다.

세상에 핸드폰과 나, 딱 둘만 남았다.

혼자라고 마냥 헬렐레 좋아라 할 일만은 아닌 듯하다.


평생 Bill 늦게 낸 적 없는 내가,

4시간 동안 20불을 늦게 낸 죄의 댓가가, 

너무도 가혹했다. 



Total Wireless

3300 S Jones Blvd Suite #101, Las Vegas, NV 89146

(702) 933-7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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