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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 속 급조·부실 마라톤…취사병 아들은 돌아오지 못했다

베가스조아 0 97 07.11 09:12

사단장에게도 관리 책임…"위험성 평가 없이 대회 실시"

무더위에 제대로 된 안전 대책 없이 부대 마라톤 대회를 열었다가 20대 취사병의 열사병 사망을 야기한 군 책임자들이 검찰에 송치됐다.

경기북부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해당 부대 사단장 등 군 책임자 4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11일 밝혔다.

현충원에 잠든 故 지수혁 일병(상병 추서)
현충원에 잠든 故 지수혁 일병(상병 추서)

 

관계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육군 8사단에서 6·25 전쟁의 영천대첩 승리를 기념하자는 취지로 승전일인 9월 13일 전후로 9.13㎞를 달리는 대회를 기획했다.

부대별로 참가율과 완주율에 따라 포상이 걸렸는데 당시 예하 여단의 입대 4개월 차 취사병 지수혁 일병도 대회에 참석했다.

9월 5일, 포천천에서 대회가 열렸다. 당일 최고 기온은 31도까지 올랐고, 전날 비가 내려 습도도 70% 정도로 높아 달리기하기 녹록지 않은 환경이었다.

지 일병은 8km 부근까지 힘겹게 뛰다 쓰러졌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열사병에 의한 장기 손상 등으로 숨졌다.

수사 결과 대회를 준비하고 운영하는 과정에 심각한 부실이 있었음이 드러났다.

특히 군에서 훈련이나 작전 수행시 위험 요소를 미리 파악하고 대비하는 '위험성 평가'가 없었다.

기존에 해오던 훈련도 아닌 처음 시행하는 마라톤 대회를 열면서 환자 발생이나 교통사고 등 위험 요소에 대해 구체적으로 예측하고 대비하지 않은 것이다.

위험성 평가 대신 사단에서는 응급의료 '지원 태세 강구', '기초체력 유사한 전우조 편성', '점진적 연습' 등 형식적 수준의 지침을 예하 부대로 하달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대상자가 9km를 뛸만한 체력과 경험이 있는지 평가하는 절차가 없었으며, 대회 직전 하달돼 시간상으로 점진적 연습은 현실 가능성이 부족했다.

취사병이었던 지 일병은 야전 훈련에서 제외된 경우가 많고, 일반 병사의 일과 중 할당된 체력단련 시간에도 취사 준비를 하느라 평소 체력증진 기회가 적었다.  

또 오전 6시에 일어나 아침 식사 준비, 10시 30분 중식 준비, 오후 4시 저녁 준비 이후 취침 전 청소까지 쉴 새 없이 흘러가는 지 일병의 일과 속에 며칠 후 9km를 달릴 수 있는 연습을 할 시간적, 심리적 여유를 가지기 힘들었다.

대회 직전 연병장에서 약 4km를 한번 뛰어본 것이 지 일병의 '점진적 연습'의 전부였다.

대회 당일에도 지 일병은 오전 5시 30분 기상한 후 7시까지 아침 식사 준비와 정리 작업을 한 직후 바로 대회에 참가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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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북부경찰청 

'기초체력이 유사한 전우조 편성'도 지켜지지 않았다.

지 일병과 비슷한 페이스로 뛴 2명은 선임 병사와 부사관으로, 지 일병보다 체력이나 달리기 경험이 월등히 많았다.

자신보다 체력이 좋은 상급자들과 달리며 지 일병은 도움보다는 심리적 압박을 받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실 대책은 현장의 부실 대처로 이어졌다.

대회 당일 부대 군의관은 당직 근무로 인한 비번을 이유로 아예 현장에 없었으며 간호장교는 대회 참가자로 달리고 있었다.

쓰러진 지 일병은 의료 장비가 구비된 119나 병원 앰뷸런스가 아닌 현장 인근에 있던 군 코란도 차량으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처음에 간 병원에서 열사병 치료가 어려워 2차 병원으로 옮겨졌고, 이 과정에서 골든타임이 흘러갔다.

해당 사건은 군 수사기관을 거쳐 경찰로 이첩됐다.

먼저 사건을 수사한 군 당국은 과실을 인정해 영관급 1명, 위관급 1명 등 지휘관 2명을 경찰에 이첩했다. 

하지만, 최초 행사를 기획하고 지시를 하달한 사단장 등 윗선 지휘관은 입건 대상에서 제외돼 논란이 됐다.

이에 유가족들은 이첩 대상에 빠진 사단장을 비롯해 지 일병과 함께 달린 선임병사, 부사관을 직접 고소했다.

사건을 이어받은 경찰은 사단장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보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총 4명을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고, 관리 감독을 해야 할 의무가 군 규정에 있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은 점이 드러나 송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선임병사와 부사관은 행사 관련 책임, 권한을 갖고 있지도 않았고 사고 당시에도 법적으로 문제 될만한 조치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불송치 결정했다.

이에 대해 유가족들은 "함께 달린 선임자들의 영향으로 피해자가 체력의 한계에도 달리기를 멈추지 못했을 것인데 법적 책임이 없다고 하니 유감"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지수혁 일병의 억울한 죽음은 개인의 불운이 아닌, 안전을 도외시한 채 성과주의에 매몰된 지휘부의 명백한 책임"이라며 "향후 진행될 법적 절차를 통해 무능한 지휘관과 책임자들을 일벌백계하고, 다시는 국가의 부름을 받은 청년들이 허망하게 희생되는 비극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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