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에 선 80년 나토동맹…유럽, 미국과 '헤어질 결심'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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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에 선 80년 나토동맹…유럽, 미국과 '헤어질 결심' 하나

베가스조아 0 370 01.20 03:01

그린란드 관세에 임계점…"더는 트럼프 설득해 될일 아냐" 

당장 美 의존 못 끊지만 군사·경제 디커플링 추진 인식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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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북대서양조약기구 


"그린란드와 덴마크에서 수천명이 미국의 행동에 맞서 항의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지난 수주는 마치 한 전환점처럼 느껴졌다"

런던에 본부를 둔 국방 분야 싱크탱크인 로열 유나이티드 서비스 연구소 사무총장인 레이첼 엘레후스는 그린란드를 둘러싸고 심각해진 미국과 유럽의 분열상을 놓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같이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병합에 반대하는 유럽 8개국을 상대로 관세 카드까지 동원하며 고강도 압박에 나선 것을 계기로 유럽에서 80년 역사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을 뒤로하고 미국과 군사·경제 디커플링까지 각오해야 할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는 인식이 점차 커지고 있다.

안보를 미국에 크게 의존하는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미국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현실적인 판단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미국의 국방비 대폭 증가 요구 등에 응하면서 '트럼프 달래기'에 주력해왔다는 평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한 이후 유럽으로 눈을 돌려 동맹국인 덴마크에 그린란드를 넘기라는 요구를 노골화하면서 더는 그를 설득해 현실적 해법을 찾는 것이 무의미해졌다는 인식이 퍼져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후 유럽에서는 유사시 미국이 과연 유럽에 군사적 도움을 주려 할 것인지에 관한 근본적인 의문도 커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전략 청사진인 국가안보전략(NSS)에서 '트럼프식 먼로주의'를 일컫는 '돈로주의(Don-roe Doctrine)'를 내세우면서 자국 '앞마당'인 서반구를 가장 우선으로 여기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외교가에서는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손해를 본다'고 줄기차게 주장해온 유럽에서 영향력을 줄이겠다는 방향을 구체적으로 시사한 것으로 해석이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나토를 언급할 때 마치 미국은 나토의 구성원이 아닌 것처럼 타자화해 말하곤 한다. 우크라이나 종전안 추진 과정에서도 미국은 나토와 러시아 사이 중재자로 스스로를 규정했다.

유럽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수용이 불가능한 한계선을 넘었다면서 이제는 관계 악화를 감수하고라도 강한 반격에 나설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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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에서 훈련하는 덴마크 군인들

한 유럽 당국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법상 받아들일 수 없는 방식으로 협박한다면서 "레드라인을 넘은 것이다. 사안을 합리적으로 다룰 수 있는 가능성에는 한계가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 한계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불가리아 싱크탱크 '자유주의 전략 센터'의 정치학자 이반 크라스테프는 WSJ에 "유럽인들에게 나토는 종교였고, 이에 따라 유럽인들은 방위 문제에 진지하지 못했다"며 "우리는 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고, 유럽에서 어느 시점에는 미국과 디커플링에 관한 대화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리적으로는 이미 대서양 동맹은 균열을 넘어 붕괴 수준까지 악화했다는 평가다.

국제 싱크탱크인 유럽외교협의회(ECFR)의 작년 11월 조사에서 유럽인의 16%만이 미국을 '가치관을 공유하는 동맹국'이라고 답했다. 이는 2024년(21%) 대비 5%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나토 회원국들이 작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수준으로 국방비를 올리기로 합의한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밀린 측면도 있지만 대서양 동맹의 미래에 불안을 느낀 유럽 스스로 군비 증강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안보 위기감이 커진 유럽연합(EU)과 유럽 각국은 군사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군사력 확충은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가 한국산 K2 전차, K-9 자주포 등 기갑전력을 대거 수입한 것처럼 무기 체계 보강과 군 병력 확대 양대 축으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아울러 유럽은 트럼프 행정부의 노골화한 관세 압박 속에서 최대 시장인 미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경제적으로 라틴아메리카와 아시아 국가들과 관계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이미지 확대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마트롱 프랑스 대통령(왼쪽) [로이터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마트롱 프랑스 대통령(왼쪽)

특히 EU는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MERCOSUR), 인도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막판 단계에서 추진 중이다. 이는 '트럼프 무역전쟁'에 맞서 '메가 FTA'로 새 활로를 찾고자 하는 EU 차원의 노력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다만 나토는 유럽과 미국 모두에 여전히 전략적으로 중요해 단기간에 '결별' 단계로까지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여전히 있다.

여전히 위성 등 정찰자산에서부터 핵전력까지 미국의 안보 지원에 크게 의존하는 유럽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력을 계속 끌어내야 할 필요성이 큰 것도 사실이다.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매슈 크로니그 부회장은 WSJ에 "양쪽 모두 대립에서 얻는 것보다 잃을 것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라며"나토 동맹에 대한 군사 위협은 전례가 없는 것이기는 하지만 트럼프는 종종 협상을 이루기 위해 종종 상황을 격화시키고, 반발이 있을 때는 물러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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