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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에서 벌이 '곤충'이 아니라 '어류'인 이유는?

최고관리자 0 983 2022.06.11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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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게티이미지

“특정 상황에선 뒤영벌을 ‘어류’라고 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 법원은 최근 뒤영벌을 어류로 간주할 수 있다는 이례적인 판결을 내렸습니다. 모두가 한 치의 의심 없이 ‘곤충’이라 할 뒤영벌이 캘리포니아에서 물고기로 탈바꿈한 이유는 뭘까요.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제3항소법원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멸종위기종법(CESA)에 따라 뒤영벌을 ‘어류’로 볼 수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뒤영벌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 보호할 수 있는지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판결이었는데요. 사건의 시작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기후변화로 미국 전역에서 뒤영벌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자 야생동물보호협회, 식품안전센터 등 공익단체들은 캘리포니아주에 뒤영벌 4종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CESA에 따라 특정 개체가 멸종위기종 목록에 등재될 경우 공식적으로 보호를 받을 자격이 생기기 때문인데요. 담당부서인 캘리포니아주 어류 및 야생동물부는 4종을 모두 후보종으로 지정했고, 이들을 목록에 추가할지 검토하면서 임시 보호 조치를 취했습니다.


이에 초조해진 농업 단체들이 반격에 나섰습니다. 바로 캘리포니아 아몬드 연합, 캘리포니아 농업국 연합 등이었는데요. 이들은 뒤영벌이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받게 되면 큰 손해를 보게 됩니다. 예컨대 아몬드 농장주들은 뒤영벌의 수분 활동에 크게 의존하는데, 뒤영벌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될 경우 농부들은 뒤영벌 주변에서 작업하는 데 제한이 생기게 됩니다. 나무는 보호하지만 벌에겐 해로울 수 있는 살충제도 사용할 수 없게 되고요. 캘리포니아의 연간 아몬드 수확량이 30억 파운드(약 136만t)에 달할 정도로 큰 만큼 보호 조치로 인한 피해도 그만큼 커질 것으로 추정됩니다.

농업 단체들은 1970년 캘리포니아 멸종위기종법 원문을 샅샅이 뒤졌습니다. 해당 법은 멸종 위기에 처한 “조류, 포유류, 어류, 양서류 또는 파충류”를 보호할 것을 규정하고 있는데요. 곤충은 법의 보호 대상에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에 농부들은 뒤영벌이 CESA에 따라 보호받을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고, 지난 2020년 새크라멘토 고등법원은 농업 단체들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주 어류 및 야생동물부는 이에 항소했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어류’에 대한 법적 정의가 모호하다는 점을 파고든 겁니다. CESA에 따르면 ‘어류’는 “야생 물고기, 연체동물, 갑각류, 무척추동물, 양서류 또는 이들의 일부”를 뜻합니다. 이렇듯 어류를 폭넓게 정의한 덕분에 지난 1980년에는 달팽이가, 1984년에는 새우와 가재가 어류로 분류되어 멸종위기종으로서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됐죠.

이번 판결에서도 비슷한 논리가 적용됐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항소법원은 육지나 바다 등 거주 환경과는 상관없이 그 어떤 무척추동물도 어류의 일종으로 주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판사 3명은 판결문을 통해 “육상 무척추동물인 뒤영벌이 ‘어류’에 속하는지 여부가 논란이 됐었다”라면서 “어류는 일반적으로 물속에 사는 것으로 이해되지만, 법원은 입법부가 제공한 단어의 기술적 정의가 있다면 이를 따라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문맥상 해석이 아닌 법리적 해석에 따라 뒤영벌을 어류에 포함할 수 있다고 본 것이죠.

뒤영벌의 보호를 요청한 단체 중 하나인 야생동물보호협회의 파멜라 플릭 캘리포니아주 대표는 “오늘은 캘리포니아 뒤영벌들에게 있어서 정말 멋진 날”이라며 항소법원의 판결을 반겼는데요. 그는 “오늘 결정은 CESA가 위험에 처한 모든 토착종에 적용되며, 캘리포니아의 생물 다양성을 보호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밝혔습니다.


ⓒ경향신문 김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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