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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대로 모두 쐈다"...러시아군 학살 목격한 우크라이나 주민들의 증언

최고관리자 0 1027 2022.04.05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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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3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키예프) 외곽 소도시 부차에서 파괴된 러시아 탱크의 잔해들 사이를 걸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에서 북서쪽으로 56㎞ 떨어진 인구 2만8000여명의 소도시 부차에서 발생한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에 대한 생존자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3일(현지시간) 생존자들의 증언을 통해 부차에서 민간인들이 의도적이고 무차별적으로 살해됐다고 전했다.

부차 주민 안토니나 포마잔코(76)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나흘째인 지난 2월27일 오전 10시쯤 딸 테티아나(56)를 잃었다. 테티아나는 러시아군 탱크 대열이 나타나자 이를 우크라이나군 탱크로 오인하고 정원으로 구경하러 나갔다가 러시아군이 쏜 총에 맞아 즉사했다. 테티아나의 시신은 여전히 마당에 누워 있다. 기력이 부족한 70대 어머니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나무판자와 비닐로 시신을 덮어놓는 것뿐이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살해된 테티아나의 친구 스비틀라나 무니크는 “러시아군은 사람들이 보이는 대로 모조리 쐈다”고 말했다.

부차에서 검시관으로 일했던 세르히우 카플리시니는 지난달 10일 탈출했다가 러시아군이 퇴각한 뒤인 지난 2일 부차로 돌아왔다. 카플리시니는 부차를 떠나기 전 57구의 시신을 묘지에 매장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15구는 자연사였고 나머지는 직접 총격 또는 포탄 파편에 의한 사망이었다. 우크라이나 군인 시신은 3구였다. 부차를 떠나기 전 그가 정교회 앞마당에 파놓은 집단 무덤은 돌아와보니 40구의 시신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는 이외에도 30구의 시신을 더 찾아냈으며 이 가운데 13구의 시신은 손이 뒤로 묶인 채 가까운 거리에서 머리에 총을 맞은 민간인 남성들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부차에서 퇴각하면서 살해한 것으로 추정된다.

부차 주민인 조각가 비탈리 시나딘(45)은 러시아군이 기지로 쓰던 집에서 이틀 동안 쇠막대에 매달린 채 폭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군인들은 그를 폭행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의 위치를 물었다. 뉴욕타임스는 시나딘의 허벅지와 등이 검붉은 멍으로 덮여 있었다고 전했다.

부차 주민 셰브첸코(43)는 가디언에 러시아 군인들이 노인들도 살해했다고 말했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길을 건너던 노부부가 러시아군의 제지를 받고 항의하자 러시아군이 남편을 그 자리에서 사살하고 아내에게 “가던 길을 계속 가라”고 말했다. 아내가 남편의 시신 옆에서 오열하자 러시아군은 “남편 옆에 묻히고 싶으면 당신도 죽여주겠다”고 말했다. 아내가 남편의 시신을 수습해야 한다고 말했으나, 러시아군은 이마저도 거부했다. 셰브첸코의 어머니 예브도키아(77)는 “부부의 이름은 모르지만 가끔 시장에서 보던 얼굴이었다”면서 “그날 나는 밖에서 총소리를 듣고 지하실로 내려가 숨을 몰아쉬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 점령지에서는 약탈도 일상이었다. 부차에 사는 이리나 다비도치와 로만 다비도치 부부는 가족들이 살던 3층 빌라에 러시아군이 들어와 전화기와 컴퓨터를 압수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러시아군이 침실 침대 매트리스를 빼내 거실에 깔아놓는 바람에 가족들은 집에서 쫓겨나 지하실에서 생활해야 했다. 이리나는 “(러시아 군인들이) 엉망으로 어질러 놓고 물건을 훔쳤다”면서 주로 양말과 티셔츠를 가져갔다고 말했다.

사정은 러시아 국경에서 약 32㎞ 떨어진 우크라이나 북동쪽 소도시 트로스티야네츠에서도 비슷했다. 인구 1만9000명인 트로스티야네츠에 지난 2월24일 들어온 러시아군은 키이우 진격이 지체돼 주둔 기간이 길어지고 식량이 떨어지자 민간인들의 집과 가게를 약탈하기 시작했다. 한 정육업자는 약탈이 반복되자 가게 앞에 스프레이로 “이미 털렸음”이라고 써놨다. 트로스티야네츠 의회 부의장이자 의사인 올레나 볼코바(57)는 뉴욕타임스에 “탱크와 미사일을 동원한 이런 전쟁이 어떻게 가능한지 이해가 안 된다”면서 “누구를 상대로 싸운다는 건지 모르겠다. 평화로운 시민들에게 이건 그야말로 만행이다”라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경향신문(http://www.khan.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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