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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촌으로 이사한 대통령 덕에…동네가 달라졌어요

최고관리자 0 1141 2022.04.13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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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칠레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 취임 한 달


치안 좋고 부유한 지역 대신

빈곤·범죄율 높은 시 외곽행

내각은 변화·안정 보여줘

경제위기 극복 최대 과제

칠레 수도 산티아고 외곽 융가이 지역은 빈곤율과 범죄율이 높은 곳이다. 주택들은 대부분 낡았고 부동산 개발을 위해 철거된 곳도 많다. 상점들은 치안 걱정으로 오후 7시30분이면 문을 닫았다. 몇달 전만 해도 대낮에 마약 갱단들이 구역다툼을 벌이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블룸버그통신은 12일(현지시간) 최근 이 지역에 레스토랑, 카페 등마다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활기가 돌고 있다고 전했다. 산티아고 시의원 로사리오 카르바할은 “경찰의 거리 순찰이 늘었고 집 앞에서 장사를 하던 마약 상인들이 멀리 옮겼다”고 말했다.

동네가 변하기 시작한 것은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36)이 이곳으로 이사왔기 때문이다. 칠레에는 청와대 같은 대통령 관저가 따로 없고 대통령들이 살 곳을 각자 정한다. 역대 대통령들은 보통 치안이 좋고 부유한 동부에서 거주했다. 보리치 대통령은 융가이를 택한 이유에 대해 현지 TV인터뷰에서 “탐욕스러운 부동산 개발업자, 범죄자 또는 마약 밀매업자에 의해 위협받고 있는 지역을 복구하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달 11일 칠레의 최연소 좌파 대통령으로 취임한 보리치 대통령은 “신자유주의의 요람이던 칠레를 신자유주의의 무덤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한 달여간 그는 반대파들을 안심시키면서 약속해 온 비전을 무난히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내각 인선에도 변화와 안정의 의지가 동시에 담겼다. 그는 내각인사 24명 중 절반 이상인 14명을 여성으로 지명했다. 30대 장관이 7명 기용됐다. 칠레 일간 엘메르쿠리오는 “1990년 이후 30대 이하의 비율이 가장 높은 내각”이라며 “남성보다 여성이 많은 것도 처음”이라고 전했다. 온건 성향의 중앙은행장 출신 마리오 마르셀을 재무장관으로 앉혔다. 에너지부 장관은 런던정경대에서 경제학 석사를 취득한 기술관료인 클라우디오 우에페, 광산부 장관은 하원의원인 마르셀라 에르난도를 앉혔다. 급진 성향을 꺼리는 해외 투자자와 불평등 문제의 해결을 원하는 지지자들을 동시에 안심시키려는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위기도 있었다. 파격인사로 거론됐던 35세 여성 내무장관 스키아 시체스가 의회에서 전 정권 관련 허위 보고를 한 것이 밝혀져 지지율이 하락하기도 했다.

코로나19에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면서 초래된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최대 과제다. 코로나19로 주저앉은 경제가 반등할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칠레의 실업률은 9.7%이다. 30년 만에 가장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닥쳤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2.75%에서 7.5%로 인상했다. 여론조사를 보면 경제상황과 맞물리면서 보리치 정부의 연금개혁 등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지고 있다. 칠레 정부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달 초 ‘액티브 칠레’란 이름의 37억달러 규모의 경제 회복 계획을 발표했다. 13억달러가 도움이 필요한 가족에게 직접 지원되며 14억달러는 일자리 창출, 나머지 10억달러는 중소기업 지원에 사용된다. AFP통신에 따르면 보리치 대통령은 “큰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지속 가능하려면 책임감 있게 실행해야 한다”며 “사회적 권리를 확장하되 재정적 책임을 갖고 하겠다”고 말했다.

보리치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한 달 소감으로 “우리는 난기류 속에서 이륙했다. 난기류는 불확실성을 만들어내지만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하 기자 ⓒ경향신문(http://www.khan.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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