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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번 타자 터너가 미국을 구했다

최고관리자 0 771 2023.03.20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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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무키 베츠(3번)와 놀런 에러나도(28번)가 19일 베네수엘라와 벌인 WBC 8강전에서 8회 트레이 터너의 역전 만루홈런이 나오자 더그아웃 앞에서 환호하고 있다. 2017 대회 우승팀인 미국은 4강전에서 쿠바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EPA 연합뉴스



안방에서 지옥을 맛보는 듯했던 미국 야구대표팀이 기사회생했다.

직전 대회인 2017 WBC 우승팀인 미국은 19일 베네수엘라와 벌인 2023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8강전(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8회초에 터진 트레이 터너(30·필라델피아 필리스)의 결승 만루포를 앞세워 9대7 역전승을 거둬 천신만고 끝에 4강에 합류했다.

미국은 20일 쿠바와 결승행 티켓을 놓고 같은 장소에서 맞붙는다. 미국이 WBC에서 쿠바와 대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른 4강전에선 일본과 멕시코가 21일 결승행을 다툰다.

◇역전에 재역전 거듭한 명승부

미국은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1~5번 타자가 안타를 몰아치는 등 1회 3점을 먼저 뽑아 3만5792명의 구름 관중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1회말 베네수엘라의 루이스 아라에즈(26·마이애미 말린스)에게 2점 홈런을 허용하며 오히려 분위기를 내줬다. 미국이 4, 5회 1점씩 보태며 5-2로 달아났으나 5회말 4점을 내주며 역전을 허용했고, 7회말 아라에즈에게 다시 솔로 홈런을 얻어맞아 5-7로 뒤졌다.

안방에서 탈락 위기에 몰린 미국을 구한 건 9번 타자 터너였다. 8회초 베네수엘라 투수의 제구 난조로 잡은 무사 만루 기회에서 타석에 선 터너는 2스트라이크로 몰린 상황에서 교체 등판한 실비노 브라초(신시내티 레즈)의 시속 137㎞ 체인지업이 한가운데 몰리자 실투를 놓치지 않고 힘껏 방망이를 돌렸고, 타구는 124m를 날아 왼쪽 관중석에 꽂혔다. 이날 터너가 올린 유일한 안타가 승부를 뒤집는 순간이었다. 공을 맞힌 순간 홈런임을 직감한 그는 1루로 향할 때 펄쩍펄쩍 뛰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은 이후 두 이닝을 깔끔하게 막아내고 승리를 챙겼다.

터너는 ”타석에 들어서기 전 ‘넌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끊임없이 되뇌었다”면서 “개인적으로 내가 기록한 가장 값진 홈런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우리에겐 할 일이 남아 있다”고 기뻐했다. 마크 데로사 미국 감독은 “터너의 대포가 우릴 살렸다”고 했다.

이날 야구장엔 미국 대표팀은 물론이고 형형색색의 MLB(미 프로야구) 팀 유니폼을 입은 관중이 눈에 띄었다. 베네수엘라 국기를 두른 채 ‘Viva Venezuela(스페인어로 베네수엘라 화이팅)’을 외치는 팬들도 적지 않게 보였다. 미 연방정부가 10년마다 진행하는 2020년 센서스(Census·인구조사)에 따르면 마이애미가 위치한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는 미 지역 중 히스패닉계 미국인(라티노)이 셋째로 많은 곳이다.

◇대진표 논란 일으킨 美... 경기 지켜본 日

미국은 만약 이 경기에서 졌더라면 대진 일정 변경 논란까지 겹쳐 수모를 당할 뻔했다. WBC를 주관하는 MLB 사무국은 애매한 공지로 논란을 자초했다. 대회 전 발표했던 대진표에선 C조 2위와 D조 1위가 8강 3경기(18일), C조 1위와 D조 2위가 8강 4경기(19일)를 치르게 돼 있었는데, ‘(C조에 속한) 미국은 8강에 오르면 두 번째 경기를 치른다’는 단서 조항이 달렸다. 미국은 C조 2위로 8강에 진출했고 멕시코-푸에르토리코전은 당초 예정보다 하루 먼저인 18일 열렸다.

그런데 이 조항이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애초에 편성된 두 번째 경기인지 아니면 일정 관계상 두 번째 경기를 지칭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본 취재진이 미국과 일본이 준결승전에서 맞붙는 것으로 간주하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WBC 조직위는 “경기 일정만 바뀐 것일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주최 측이 대회 흥행을 위해 미국과 일본이 결승에서 만나도록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로 꼽히는 일본은 18일 미국에 도착했고, 19일 훈련을 마치고 미국-베네수엘라 경기를 지켜봤다. 구리야마 히데키(62) 일본 감독은 “나는 늙어서 시차 적응이 힘든데, 선수들은 전부 다 괜찮다고 하더라. 역시 젊음이 좋다”고 말했다. 일본의 최고 스타인 오타니 쇼헤이(29·LA에인절스)는 남은 경기에선 마운드에 서지 않고 타격에만 임할 것으로 전해졌다.


© 제공: 조선일보 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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