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신질환자·전과자들 총기 구입만이라도 막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미주기구(OAS) 정상회의를 주재하던 도중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LA=AP연합뉴스
최근 미국 하원을 통과한 총기 규제법안이 상원 논의에 부쳐진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상원의원들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언론은 최근 텍사스주(州)에서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총기 참사 이후 공화당 지지자들의 기류에 약간의 변화가 나타나긴 했지만 의원들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라고 평가해 향후 여야의 협상 결과가 주목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에서 이른바 ‘붉은 깃발법’(Red flag laws)의 입법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법안은 정신질환자나 범죄 전력이 있는 개인이 총기를 구매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총기 규제에 관한 여러 법안들 가운데 총기 구매자에 대한 신원조회 확대와 더불어 미국 국민의 지지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09년 텍사스주 포트후드에서 13명이 숨지고 30명 이상 다쳤다. 2018년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에선 17명이 목숨을 잃고 17명이 부상했다”며 “붉은 깃발법만 있었다면 두 사건 모두 막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정신질환이나 전과가 있는 사람 손에 총기가 쥐어지는 것을 제도적으로 막지 못했고, 그 결과 엄청난 인명피해로 이어졌다는 뜻이다.
이를 두고 여당인 민주당이 과반 다수인 하원을 통과한 총기 규제 법안이 상원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희미해지자 바이든 대통령이 야당인 공화당도 동의할 만한 ‘최대공약수’을 찾아 나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상원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 50석씩 나눠 갖고 있어 어느 당도 독주할 수 없다. 공화당이 결사반대하면 민주당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앞서 소개했듯이 정신질환자나 전과자의 총기 구매 금지는 총기를 사려는 사람들에 대한 신원조회 확대와 더불어 미국에서 제일 선호되는 총기 규제 방안이다.
최근 하원을 통과한 법안은 21세 미만인 사람들은 반자동 소총 같은 살상용 무기를 구입할 수 없도록 하고, 실탄 수십발의 장전이 가능한 대형 탄창 역시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달 24일 텍사스주 유밸디에서 18세 고교생이 마을 초등학교에 들어가 AR-15 돌격소총을 난사함으로써 어린이 19명과 교사 2명 등 21명이 목숨을 잃은 참사 직후 급하게 마련된 법안이다.
미국 상원에서 총기 규제 법안 처리의 ‘키’를 쥐고 있는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왼쪽)가 9일(현지시간) 굳은 표정으로 의회 의사당에 들어서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비록 하원을 통과하긴 했지만 논의 과정에서 공화당 하원의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짐 조던 의원(아이오와주)은 “총기 보유는 신(神)이 내린 권리로, 미국 수정헌법 제2조에 의해 보호된다”며 “문제의 법안은 법을 잘 지키는 선량한 미국 시민들로부터 권리를 빼앗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밸디 총기난사 비극이 워낙 컸기에 공화당원 일부는 총기 규제 쪽으로 돌아선 게 사실이다. 영국 BBC에 따르면 그간 공화당에 정치자금을 제공해 온 주요 후원자들도 의회에 총기 규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최근 하원을 통과한 21세 미만의 반자동 소총 구입 금지 법안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광고를 일간지에 싣기로 했다.
하지만 상원의 공화당 의원들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란 게 BBC의 분석이다. 존 코닌 의원(텍사스주)는 전날 민주당과의 협상 진척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어디에나 걸림돌이 있다”며 시큰둥한 답변을 내놓았다. 이를 근거로 BBC는 “총기 구입 가능 연령의 상향조정 같은 방안은 공화당의 반대가 워낙 거세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 민주당은 공화당 의원들도 일부 받아들일 수 있는 절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정신질환자나 범죄 전력자의 총기를 막는 붉은 깃발법, 총기 구매자에 대한 신원조회 확대 등이 대표적 절충안이라고 덧붙였다. 붉은 깃발법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강조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